친구가 준 프레피 만년필을 잘 쓰고 있다. 센츄리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만년필이어서 그런가 잉크 보존력이 상당하다. 카쿠노와 프레라, 라미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성능이다. 만년필 쓰기에 거지 같다던 몰스킨 노트에 써도 뒷 배김이 심하지 않다. 일반 잉크펜에 비하면 당연히 진한게 써지는 편이긴 한데 뒷면에 글씨를 덧쓰기에 조금도 거슬리지 않다. 개인차가 있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닝페이지도 몰스킨 노트에 쓰고 있는데, 역시나 만년필로 작성한다. 아침에 쓰는 만년필은 카웨코 스튜던트 EF촉. 펠리칸 4001 블랙 잉크를 넣어서 거의 몰스킨 전용 펜처럼 쓰고 있다. 라미 2000 마크롤론도 사용해봤는데, 종이가 물들지는 않았지만 내 기준에 너무 진하게 써져서 뒷면을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그후론 카웨코만 주구장창 쓰고 있다.
몰스킨 노트는 가격도 양심이 없지만 만년필과의 궁합이 최악이어서 만년필 유저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종이로 악명 높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와중에도 쓸 수 있는 펜이 분명 있다. 내가 가진 펜 중에도 있었고, 그 사실을 발견해서 만족스럽다. 어우 몰스킨엔 만년필 못 써! 하는 말에서 조금은 비껴나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제는 몰스킨의 악명을 들어도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게 되지는 않지만.
모닝페이지를 다시 시작하며 만년필 쓰기 재미도 되찾아가고 있다. 만년필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인 일인 것 같다. 한때는 미친 사람처럼 새 펜을 사고 시필하고 필사하고 그랬는데, 그때의 기분도 나는 것 같고 즐겁다. 많이 좋아하는 일은 주기가 돌아오듯 재미가 돌아오는 것 같다. 요즘 만년필 쓰기가 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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