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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리뷰

만조를 기다리며,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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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를 기다리며

B에게 빌린 책. 반납하기 전 이동중인 차 안에서 읽기.

남자친구의 프로포즈를 보류하고 돌아오던 날 어릴 적 친구인 우영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 정해. 우영은 죽기 전 정해에게 한 줄의 문자를 남겼다. “우리 숨바꼭질 기억해?”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죽고 싶던 열두 살의 정해는 외할머니와 지내던 미아도에서 우영은 만났다. 숨바꼭질을 빙자로 죽으려고 암석으로 숨어든 정해를 찾아낸 것이 바로 우영. 산에 묻어달라던 우영의 말을 기억하는 정해는  미아도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바로 알아차린다. 우영이 몸 담았다던 영산교에 들어가 직접 우영의 자취를 쫓는 일. 우영이 머물렀을 방에 묵으며 정해는 진실에 다가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상실감과 슬픔, 기도를 매개로 재력을 불리려는 영산교의 비리를 어릴 적 특별한 관계를 쌓았던 두 친구의 관계로 풀어가는 소설. 음모와 폭력에 지지 않고, 옛 친구의 죽음의 진실을 풀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정해의 마지막 사투가 눈물겹다. 함께 두 번째 일몰을 보았다는 대사 한 마디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이고, 통쾌하면서 서러워지는 조예은표 호러 스릴러. 즐거운 독서였다.

밀어 닫고서, 그 위에 올라선 채로,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피 묻은 손으로, 우리의 사진이 달랑이는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잠갔다.

/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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