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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다꾸 스티커 12개를 붙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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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불렛저널에 붙인 다꾸 스티커

 

 

나는 요즘 스티커 소진시키기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이어리를 쓰는 친구들을 만나면 다짜고짜 오늘 다꾸 스티커 열두 개 붙이세요!라는 미션을 던져준다. 그렇게라도 친구들이 스티커 쓰기를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했다. 사기만 하고 쓰지 않는 스티커라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도 쟁여두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티커는 계속 사들이는데 그만큼 쓰지를 못하니 책에 이어 스티커에게도 방을 내어줘야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얼마나 초라하고 자존심이 상하던지. 스티커 주제에… 하며 부들부들 떨던 순간이 생생하다.

 

이 방의 주인은 나인데 왜 내가 불편하게 생활을 해야 하는가.

 

스티커 상자를 피해 걸레질을 할 때마다, 스티커 앨범을 비켜 지나다닐 때마다 분한 기분이 들었다. 책장 밖에 나와있는 책을 말끔하게 정리해 버린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물건들의 주인은 나였다. 통제하지 못하면 내가 그 물건들에 끌려다닌다고 느꼈다.

 

끌려다니지 말고 쓰자.

 


 

늘 얘기하지만 나는 미술 시간마다 낙제점을 받던 아이였다. 그림에 소질이 없었다. 누가 봐도 그랬다. 꾸미기, 그리기 이런 단어들과는 벽을 쌓고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그것들을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 친구들이 잘 꾸민다고 얘기해주어서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게 되었다. 내가 잘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내게는 일종의 강박적인 규칙들이 있었고,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일단 비슷한 색감을 쓴다. 톤 다운된 스티커를 썼으면 배경색도 포인트도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안정된 구도를 만든다. 안정감을 느낄 때까지 스티커를 계속 붙여준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여기가 비네? (붙이기) 여기가 좀 허전하네?(붙이기) 너무 이쪽으로 치우쳤나..? (반대편에 붙이기)

 

마테를 사용했으면 같은 마테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또 써준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다. 마테 쓸 기회가 많이 않아서 한 번 쓸 때 최소 두 번은 뜯으려고 한다.

 

양 페이지에서 포인트되는 마테는 하나가 되도록 노력한다. 그래야 조잡해 보이지 않다. 가끔은 액자처럼 붙여주기도 한다.

 

스티커를 붙인 목적을 분명히 알도록 한다. 이는 내가 다이어리를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저리주저리 열심히 기록해 놓지만 나중에 그걸 다시 읽어볼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하루치의 글자를 다 읽지 않아도 어떤 날이었다고 알 수 있게끔 꾸미기를 한다. 다꾸만 보고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바로 알게 한다. 견출지나 말풍선 스티커를 애용하는 것은 그 때문. 그날의 키워드를 써주면 내용파악도 쉽고 스티커도 쓸 수 있다.

 

스티커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좋아하는 스티커를 위주로 사용한다. 끝내 남는 스티커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 애들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는 특별하게 붙이고 싶어서 배경지도 데코도 신경 쓴다. 그 자체로 스크랩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스티커는 일기와 함께 내 일기장에 남는다. 책상 안에 소중히 보관해두지 마라. 버리지 않을 나의 일기장에 붙여라.

 

쓰다 보니 뭔가 자기계발서 말투가 됨?

 

아무튼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오늘 다꾸 스티커 12개 붙이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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