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언니 로레이나. 시에나도 그 세상의 일부였다.
시에나는 로레이나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었기에 그가 바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하지만 로레이나에게 시에나는 죽이고 싶을 만큼 싫은 존재였을 뿐이다. 비로소 로레이나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늦은 때였다. 시에나의 선택을 하나. 스스로 독약을 먹기. 자신을 누구보다 비참하게 죽이기를 바라던 로레이나의 뜻을 이뤄주지 않기 위해.
로레이나의 꿈을 부수며,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던 자신의 삶 또한 스스로 끝내버린 시에나의 세상은 끝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시간을 거슬러. 시에나는 나흐트 대공의 선택을 받기 직전인 고아원 시절로 돌아와 있다. 자신을 데려갔으나 철저히 무관심하던 그가 또 온다. 그를 따라가면 로레이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시에나는 나흐트 대공의 선택을 피하지 못한다. 마치 운명이 너는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전 생의 고통스러운 공간으로 시에나를 몰아간다. 그 속에서 시에나는 마음을 단단히 걸어잠그며 두 번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쓴다. 나흐트의 대공인 로드릭과 그의 두 아들 아시엘, 미하엘에게 기대심을 품지 않으려 노력하며, 자신에게 퍼부어지는 멸시와 무시, 험담을 익숙하게 여기며. 로레이나의 그림자를 어디서든 느끼며, 불편하기만 한 대공가의 생활을 견딘다. 하지만 이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에게는 변화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을지라도.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웅크려있기만 하던 시에나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네임드의 선택을 받아 반강제로 헤사로스의 주인이 된 후에는 정화의 아이가 되어 제국 최고의 정화 능력자가 되기까지 한다. 로레이나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마력을 강탈당한 과거의 시에나는 없었다. 단지 능력 하나로 나흐트의 후원을 받는 아이가 되었다가 제대로 능력을 발현하지 못하여 관심 밖으로 내던져졌던 시에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 거라고 말하는 헤사로스가 곁에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오는 절대적인 지지와 애정. 시에나는 그것을 딛고 성장한다. 헤사로스를 위해, 헤사로스로 인해. 시에나는 자신의 운명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볼 작정이다.
시에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대공과 그의 아들들은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에나를 챙기고 있었다. 언니가 사라진(등장하기 전인) 세계(나흐트저)에서 사랑받는 건 시에나뿐이다. 본인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지만, 무조건 사랑하고 무조건 사랑받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에나는 대공가 사람들이 로레이나에게 당하지 않도록 지키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 말이 과거의 그들을 용서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공가 사람들도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보통 꿈으로 나타난다)을 마주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괴로워했다. 아무도 시에나의 이전 생의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일로 후회하고 고통받고 있다. 현실에 적응해가는 시에나는 이전 생에서 멀어지는데 현실 속 나흐트들은 이전 생의 시에나에게 가까워져 간다. 흥미로운 전개 과정이다.
현재의 로레이나는 사기와 욕망 그 자체로 그려진다. 가면을 깨부수고 튀어나오는 흉측한 얼굴은 마수에 가깝다. 나이와 성별을 잊게 할 만큼 악마적이다. 자신보다 힘이 세고 서열이 높은 존재 앞에서 벌벌 떨며 굽신거리고, 그런 행동에조차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유를 가져다붙이는 행위조차 하급 마물의 그것이다.
계획했던 모든 일이 시에나로 인해 망쳐지고, 자신의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던 힘과 명예를 하나도 갖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레이나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든 지금까지 벌인 일보다 끔찍할 것이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므로. 그에 맞서는 시에나의 행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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